다른 모든 아이들이 다 그렇겠지만 정후는 장난감보다 돌멩이와 물 흙과 나무 동물과 곤충을 탐험하는걸 가장 재미있어 한다. 그건 사실 크게 돈이 드는 놀이도 아니다. 마님이 마침 신구대식물원에 가자고 해서 좋다고했다. 식물원 전체의 테마는 두꺼비와 개구리가 아니었나 싶다, 입구부터 졸졸 흐르는 개울에 크고 작은, 형형 색색의 개구리와 두꺼비상이 서있었고 정후는 그때부터 신나라했다. 녀석이 가장 즐기는 아웃도어 놀이도구가 이케아에서 천원을 주고산 길다란 구두주걱인데 이게 참 여러가지 역할을 한다. 흰색을 바람의 검이라 이름붙였고 (정후가 붙인 이름이다) 그게 정후의 검이다. 빨간색은 불의 검인데 이건 아빠거다.
녀석은 신나게 주변을 탐색하다 그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식물인 파리지옥류 식물 몇 개를 발견하고 오래동안 그 식물들을 관찰하면서 파리지옥의 갈퀴손이 닫히길 기다렸다. 식물원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두꺼비 네마리가 둥그렇게 서서 입을 통해 분수를 불규칙적으로 원의 중앙을 향해 뿜어내는데 아이들은 거기에서부터 분수를 쫓아다니며 소리를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이미 그때부턴 남방을 벗어던지고 반팔이 되었다. 날씨는 눈을 똑바로 뜨기 힘들만큼 눈부셨다. 아이들의 표정도 날씨와 같았음은 물론이다.
몇 번을 넘어지고 젖어서 화장실엘 데려가 손을 씻기고 나오다 계단에서 엄마가 나뭇가지같이 생긴 자벌레를 발견했다. 그때부터 정후의 바람의 검 끝에 자벌레를 태우고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정후는 그때쯤 멋진 벌레를 만나게 해달라고 소리를 내어 기도를 한 후 아멘을 세번 반복했다. 그래서였는지 우리는 중간에 송충이도 만나서 바람의 검에 태우고 커다란 말벌과 꿀벌들로 가득찬 미로도 만났다.
나와 마님은 하루종일 걷느라 녹초가 되었지만 정후는 아직도 쌩쌩. 집에 도착해서도 짐을 내려놓고 나와 정후는 또 동네 탐험을 나서야했다. 신기하게도 밤이 되니 아파트 풀밭과 개울근처에서 개구리들이 시끄럽게 울어댔다. 정후와 나는 개구리가 있는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모험에 나섰다. 정후는 씽씽카를 가지고 있었고 무엇이든 다 보이는 스파이 망원경을 들고나와 개구리를 찾기 시작했다. 개구리는 우리가 가까이 다가서자 울음을 멈췄고 곧이어 근처의 다른 개구리들도 울음을 멈췄다. 탐험은 8시가 다되어 끝났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 정후와 들어앉아 거기서도 한시간은 놀다 깨끗하게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들어가려는데 정후가 나를 보면서 그날의 감상을 말했다. (재미있게 놀았으면 그걸 꼭 잠들기 전 얘기한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다고, 그중 자벌레랑 논게 가장 좋았단다. 우리가족 모두는 10분도 안되 모두 골아 떨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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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이군요~~~!!!
그렇죠 뭐 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