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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지난번 얘기한 대로 마션을 포함해 리들리 스캇의 역대 작품 중 베스트 4를 꼽는다면 블레이드 러너를 최상위에 두고 그 뒤를 에일리언, 델마와 루이스, 글라디에이터 정도겠다. 리들리 스콧은 정교하고 서사적인 장면의 연출엔 도가 튼 사람이다. 블랙 호크 다운때의 디테일은 혀를 내두를만 했고 글라디에이터의 초반 전투씬은 벤허의 전차경주 씬이나 지옥의 묵시록의 헬기 공습장면에 비견할 수 있는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준다. 아마 이 정도의 능력에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정도의 광기를 가졌다면 현재 그의 모습은 거의 독보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영화 캐릭터들은 관객의 기저 감정을 건드리지 못한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델마와 루이스, 블레이드 러너는 거의 불가사의할 정도고 에일리언은 감독이 아니라 시고니 위버가 미친것이었음이 후속편에서 드러났다. 이후 그의 작품은 놀랄만한 외공을 보여주긴 하지만 내면은 의외로 평범해 블록버스터 이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마션은 그 연장선에 있는 영화의 하나일 뿐이다. 최근 몇 년사이 우리에게 다가온 우주를 주제로 한 영화들, 그래비티, 인터스텔라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실 우주영화는 큐브릭의 스페이스 오딧세이의 그늘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제정신으로 그 영화를 능가하긴 힘들다 싶다. 인터스텔라를 본 직후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다시보고 머리를 흔들었었다. 아마 크리스토퍼 놀란 스스로도 감히 그 영화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상상할 수 없을 듯 했다. 오히려 인터스텔라는 그 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 있지 않던가.
우주 탈출에 대한 극적인 긴장감은 그래비티가 새로운 기준점으로 자리 잡지 않을까 싶고 말이다. 어쨋든 이 양반은 지금 변화를 모색하기엔 너무 늦은듯하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전 내 선입견도 그 정도였기에 실망감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가 이 영화를 보고난 나의 평가였다고 할까
그러나 오락영화로서 스콧을 대한다면 그를 능가할 자는 스필버그나 조지루카스, 오늘날엔 놀란 정도의 극소수를 빼곤 없을 만큼 독보적일 것이다. 나도 딱 그 만큼만 기대하면서 매번 그의 작품을 빼놓지 않고 보니 말이다. 오히려 마션보다는 차기작인 프로메테우스의 후속작이 더 기대된다. 프로메테우스 역시 재미있게 봤으니 말이다. (처음에 에일리언의 프리퀼이란 소리에 어찌나 흥분했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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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어차피 영화팬으로서의 개인은 자기 관점대로 영화를 보기 마련이다. 70년대 호시절의 드니로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인턴은 한숨나오는 영화다. 어쩌다가 드니로가 이런 영화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나…란 생각에서다. 대부2에서의 드니로나 스콜세지 감독과 작업한 일련의 영화들에서 표출된 미치광이 같은 드니로는 이제 없다. 그나마 그의 진중함은 알 파치노와 같이 나왔던 히트에서 거의 막을 내린듯 하다. 그는 그때 이후로도 지금까지 아주 잘 팔리는 배우인데 내 입장에서 보면 거의 작품을 가리지 않고 출연하는 듯한 인상이다. (그건 메릴 스트립도 마찬가지다) 아마 감독은 그걸 노린 것 같다. 드니로는 지명도 있는 배우고 개성도 뚜렷하지만 이제와서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것 같지도 않고 모든 역에서 맡은바 임무를 제대로 노련하게 소화해내니 말이다. 이 영화에서도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아주고 있다. 뭐랄까 축구로 따지자면 마이클 캐릭같은 수비형 미드필더, 아니다 좀 더 이름을 날린 미드필더라 해야겠다. 로이 킨 같은 존재 ^^

앤 헤서웨이는 이쁜배우란 수식어를 벗어나 연기력으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드니로의 뒤를 이어 스콜세지의 미치광이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는 배우로 환골탈태 했듯말이다. 하지만 감독들은 아직도 그녀를 얼굴마담으로 대하는 듯 하다. 니콜 키드만이 외모와 함께 연기 포스를 뿜어내며 디 아워스에서 외양의 감소도 감수한채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했던 것에 비하면 말이다.

감독은 그 둘을 기가막히게 엮어 관객이 딱 좋아할 만큼의 모양새로 빚어냈는데 그래서 난 이 영화는 감독이 승리한 영화라 평하고 싶다. 나로서도 전체적으로는 불만없이 (기대가 없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재미있게 봤고 적당히 감정도 건드리고 전개 속도도 딱 좋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연말이 되면 으례히 보게될 러브 액츄얼리같은 느낌이랄까 ? 이런 영화에 불평을 터뜨렸다간 (사실 그럴일도 별로 없지만) 주위에서 욕만 먹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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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최동훈 감독은 원래 여러명의 주연급을 한꺼번에 등장시켜 결국 하나로 모아질 사건을 실타래같이 만들면서 시작하는 구도를 즐긴다. 영화는 그래서 딱 그의 스타일대로다. 스케일이나 흥미로 따지자면 도둑들이 더 성공할만 했지만 국내 흥행의 키워드는 그보다는 ‘민족’적 정서가 깔린 영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암살까지 그의 영화들을 거의 모두 섭렵한 입장에서 그의 대표작을 따지라고 하면 그래도 ‘범죄의 재구성’을 꼽아야 할 것 같다. 백윤식의 캐릭터가 워낙 중심을 확고하게 잡은 탓에 다른 모든 캐릭터가 더 생기를 얻게 되었고 모든 사건의 개연성에 무리가 없었던 탓이다.

타짜는 원작만화캐릭터들의 개성을 단 한명도 넘어서지 못하고 끝났고 도둑들은 약간 더 정리가 필요했다. 그래서인지 암살은 전작들에 비해 차분한 편이다. 하정우가 호위를 맡는 부분이나 전지현이 동생과 바뀌어 들어가는 부분이나 여러부분에서 사실 무리한 전개가 보였지만 그건 독립군 영화라는 대의명분에 적당히 가려져 받아들여졌고 딱히 문제삼을 부분은 아닌듯 하다.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전지현이었는데 난 이 여배우가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었다. 그러나 암살을 보고나서 깨닫게 된건 전지현만큼 우수에 젖은 느낌을 발산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엽기적인 그녀에서의 전지현은 정말 상반된 두가지의 성격을 보여주는데 엽기적인 만큼이나 우수에 찬 표정과 말투가 그 두가지를 모두 괜찮은 느낌으로 만들어버렸고 암살에서는 그녀 특유의 분위기가 영화의 분위기를 칠해버린 느낌이다. 아마 여기에 다른 여배우가 들어왔더라면 영화 전반의 느낌은 아주 달라져버렸을 듯 하다. (여기에 김혜수가 들어왔다고 상상해 보시라) 그런면에선 최동훈 감독의 선택이 옳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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