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로그 : IT기업의 공공부문 제안전략

By | 2015-06-25

코칭1기

상황

나에게 코칭을 받는 A부장님(이하 A라 하겠다)은 공공기관에서 나온 RFP를 바탕으로 IT프로젝트에 대한 제안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내가 요구하는 것은 수백장에 달하는 제안서의 단순명료한 전략방향이었고 그를 통해 타 SI회사들과의 내용적 차별성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었다. 내용적 차별성이란 IT지식이 높지 않은 심사위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쉽게 이해되는 논리전개였다. 이에 실패한다면 제안의 심사는 내용적인 것을 떠나 발표력, 예쁜 디자인, 태도, 제안금액 등 피상적인 대결로 넘어가 버린다. 어차피 심사위원의 상당수는 복잡한 IT기술을 30분 이내에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

지난 코칭 7주간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여기저기를 들쑤시다가 개미지옥에 들어섰는데 첫부분인 전략세팅도 제대로 못하고 그 많은 시간을 보내버렸다. (뭐 그런일은 너무 흔하다) 결국 이리저리 찔러보는 중에 그간의 혼돈이 말끔히 정리되어 버렸다. 바로 위의 그림으로 말이다. 위 그림은 제안서 초반부의 전략세팅 부분을 도식화 한 것이다. 이제부터 그림을 보기 시작하라

 

문제

위 그림에서 ➊,➋,➌ 정도가 RFP와 제안서의 초반부에 등장한다. 문제는 ➊,➋,➌에 실제로 무슨 내용을 넣어야 하는지 의미파악을 못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셋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통 이 세 부분은 그저 멋지고 뜬구름잡는 말로 얼버무려지게 된다. 이를테면 배경은 ‘전 국민의 건강증진과 삶의 질 개선’과 같은 애매한 말로 말이다. 먼저 이 세 가지의 의미를 분석해보자.

 

➊ 배경 : 외부 주체의 요구사항

여기서 배경은 요구사항(Needs)이다. 이 니즈의 주체는 사업을 추진하게된 해당 공공기관의 담당부서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보자. 재난안전청이란 기관의 상황대응부란 부서가 주관하는 ‘실시간 재난대응 시스템’이란 사업인데, 소나컴퍼니란 곳에서 제안서를 낸다 가정하자.

여기서 배경은 국민들의 요구사항인 ‘사전 재난예보로 물적, 인적 손실 최소화 준비시간 확보’가 된다. (물론 몇 가지가 더 있겠지만) 배경은 상황대응부 입장에서 바라보는 타부서와 최종고객인 국민들의 요구를 적은 것이다. 제안에 참여한 업자인 소나 컴퍼니 입장의 배경이 아닌것이다. 한가지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요구이기에 딱 그들 입장에서 나올 수 있는 부분만 정리해야 하며 상황대응부의 업무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 ‘실시간 재난 대응 시스템 마련’은 상황대응부의 입장이지 국민들의 요구라기엔 영역을 넘어온 셈이다. 이때문에 종종 목적에 기술되어야 할 내용이 배경에 있기도 한다.

 

➋ 목적 : 실행부서 입장의 비즈니스적인 목적

목표는 결과물을 얘기하고 목적은 의도를 나타내니 상이한 개념이다. 목적은 배경이 제대로 기술되어 있으면 상당히 수월하다. 배경에서 요구한 문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그 실행력을 구체화 시켜 추가하는 것이다. ‘사전 재난예보를 위한 감지, 분석, 지침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것’ 배경은 상당히 모호한 요구다. 그러나 그 요구를 받은 상황대응부는 그걸 구체화시켜 작동가능한 형태로 만드는 실행부서이므로 그 구체적인 실행에 대해 기술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역시 한발 앞서가지 않는 것이다. 여기에 IT개념이 이미 녹아들어선 안된다. 비즈니스 입장으로 정리하라. IT가 아닌 사람이 수작업으로 한다 생각하고 문구를 만들어야 한다.

 

➊+➋ = 비즈니스의 이해

공공제안서엔 초기에 항상 비즈니스의 이해에 대한 부분이 있는데 ➊+➋가 바로 그것이다. RFP에 나온 것을 근거로 이를 원뜻의 훼손없이 재정리하고나서 ‘맞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이때 제안사에서 추가로 조사한 정보가 추가될 수도 있다. 이 바로뒤엔 ➌,➍가 나오는데 여기부턴 제안사의 영역이다.
➊+➋와 ➌+➍는 유연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➋와 ➌의 맥락 연결이 매끄러워야 하는데 그 때문에 우리는 ➊+➋를 ➌의 인터페이스에 맞게 재정리하는 것이며 그들의 요구를 우리의 프레임내로 끌어들이는 결정적인 지점이다.

글로벌임상선도센터

임상센터와 관련된 제안발표가 있었는데 가장 첫 슬라이드가 바로 위의 그림이었다. 회의에 참석한 대부분의 관계자가 반대했다. 발표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잘 아는 내용이므로 생략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나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난 이렇게 설명했다.
“모두가 잘 아는 내용으로 시작해 우리만 아는 영역으로 쥐도새도 모르게 끌어들이는 것이 수월한 전개방식입니다”

 

➌ 목표 : IT기술로 구현된 결과물의 목적에 부합하는 특성

완성된 IT시스템(결과물)이 가지는 목적적합성이다. ‘IoT와 위성통신 기반 실시간 재난감지 시스템’ 정도면 괜찮겠다.

 

➊,➋,➌ : 비슷하고도 다르다

➊,➋,➌은 어느 제안서에나 등장한다. 그런데 의미가 비슷하다보니 서로 바꿔 쓰기도 하는데 그때부터 전체 전략과 맥락은 어긋나기 시작하고 당연히 의미를 잃기 시작한다. 사실 이들 셋은 거의 같은 내용이다. 다만 주체만 다르다. ➊은 최종고객의 입장, ➋는 (갑의)실행부서, ➌은 제안사의 입장이다. 이 셋에 차별성과 대의명분을 부과하는 것이 ➍다.

 

➍ 요건 : 제약조건, 대의명분, 고려사항

요건은 원래 발주사(갑)에서 일목요연하게 정해져 나와야 한다. 하지만 요건 자체가 정의되지 않았거나 유명무실한 RFP가 많다. 이건 규격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약조건이나 고려사항을 얘기하는 것이다. 예를들어 미국 국방성이 무기회사들에게 차세대 보병 소총에 대한 제안을 의뢰할때 다음과 같은 요건을 내걸 수 있다.

  • 근접전에 적합할 것
  • 휴대성이 좋을 것
  • 연속발사력이 우수할 것

다른건 몰라도 위의 세 가지 요건은 절대적이다. 요건을 어기면 탈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저 요건을 우리의 요건으로 구체화 해야 한다.

  • 80cm이하일 것
  • 3Kg이하, 60cm이하로 접힐 것
  • 32발 이상의 탄창을 사용할 것

이렇게 만들어진 요건이 사실상 논리의 중추가 된다. ➌도 요건의 지배를 받게되며 뒤로 이어지는 수백페이지의 세부내용 ➐도 결국 ➌의 논리에 지배를 받으며 명분을 부여받게 된다. 그리고 저 세 가지의 우리의 요건은 그 하부에 당위성(Why)에 대한 설득자료가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전체 제안서의 전략이라 부를만 한 부분은 바로 요건이다.

요건은 ➌에 포함될 수도 있지만 굳이 분리한 것은 요건하나로 여러가지 ➌(대안들)을 만들어 낼 수있기 때문이다. 대안은 공격받을 수 있어도 요건이 건재하면 다음 기회가 있는 반면 요건이 공격당하면 전체가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요건은 ➋로부터 가져온다. 상황대응부의 예에서라면 요건은 ‘실시간성’, ‘재난독립성’이 될 수 있는데 이 둘을 고려하면 솔루션은 ‘위성’밖에 없다. 일반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수집은 그 역시 재난때문에 두절될 수 있기에 그에서 그나마 가장 안전한 것이 ‘위성’이니 말이다.

 

➎ 얼라인먼트 : IT의 목표는 비즈니스의 얼라인먼트다(=아주 좋은 명분이다)

비 IT계열의 청중들에게 우리 제안을 어필하는 가장 대중적인 방법은 우리의 IT솔루션이 그 회사 비즈니스 전략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세심하게 설계되었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비 IT 청중은 IT솔루션의 우수성에 점수를 주기보다는 우리 사업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사람에게 더 호감이 가는 법이다. IT솔루션에 대한 변별력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본적으로 비즈니스와 IT의 얼라인먼트에 대해 얘기하려면 ➋는 철저히 비즈니스 용어로만, ➌은 비즈니스 용어를 포함한 IT용어로 말하는 것이 낫다.

 

➏ 배경에서 생략된 현상과 문제

➊ 배경은 주체인 국민들이 겪는 현상과 문제점 파악을 거친 개선방향이 된다. 보통은 생략되어 있지만 제안 PT에서는 가끔 이 부분부터 시작할 때가 많다. ‘우면동 산사태 발생으로 95가구 함몰’-현상, ‘위험성 통보가 늦어 피해를 키움’정도로 정리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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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thoughts on “코칭로그 : IT기업의 공공부문 제안전략

  1. chang keun oh

    항상 글만 읽고가다가 오늘은 고맙다는 말씀 남기고 싶어서 로긴합니다.

    오래전 안랩에 연재중인 파워포인트에 관한 글을 통해 선생님을 알게되었는데요
    이후 출간하신 파워포인트 블루스는 아직까지 이분야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아끼는 후배들에게 선물하는 책이기도 하구요.

    저는 현역에서 은퇴했습니다만,
    아직도 늙은 병사에게 제안서, 특히 PT발표에 대해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이 종종 있더군요

    제가 코칭한 제안이 떨어진 날,
    공공부분 제안전략에 대해 쓰신 내용을 다시 읽었습니다.

    현역시절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었으나,
    제가 또렷한 답을 찾지 못했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막연히 이런 생각만 가지고 있었지요
    1. 고객이 가진 문제에서 출발해야한다.
    2. 그리고 ‘문제를 해결할려면 이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설득해야 한다
    (저는 이걸 아젠더 장악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3. 이후 제안사가 그 해결 수단을 가지고 있음을 논증한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뭔가 체계적으로 이걸 뽑아낼 수 있는 실마리 하나를 툭 던져 주셨어요.
    아둔한 저는 여전히 그걸 화두삼아 여전히 면벽수행중입니다.

    저한테는 스승님이신 셈이시죠.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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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Post author

      과찬의 말씀이세요. 저도 계속 이런저런 고민을 하면서 결국 회사에 있을땐 제대로 해내지 못한것 같습니다. 회사밖으로 나오니 그게 더 잘보이기 시작하는거에요. 마치 장기 훈수두는 사람처럼 말이죠. 아직도 풀어내기힘든 여러 유형의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나름 해답이랍시고 이런저런 글로 풀어내곤 있는데 답을 맞춰줄 분들은 결국 제 코칭을 받은 분들의 결과라 오히려 더 초조할때도 많습니다~ ^^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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