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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진 앱

애플은 2015년 4월 7일(한국시간) Mac OS X 요세미티 10.10.3 업데이트를 통해 iPhoto를 Photos(사진)앱으로 업데이트 했다. 새로운 사진 앱의 Look & Feel은 이번에도 iOS의 사진앱을 따라 더 단순해졌고 iPhoto 뿐만 아니라 프로영역의 Aperture까지 커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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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포토앱은 반가운 점 보다 아쉬운 점이 더 많다. 어퍼처를 커버한다고 했지만 기능은 이전의 iPhoto에서도 더 줄어든 모습이고 어퍼처에서 할 수 있었던 정교한 작업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또한 이번 업데이트로 iOS에서 따로 나와있던 앱인 iPhoto 역시 설자리를 잃게 되었다. 또 한가지 결정적인 단점은 사용자들이 몇 년에 걸쳐 설정해 둔 별점, 얼굴 등 사용자 메타데이타가 깨끗하게 리셋이 되어버린 점인데 지금까지 iPhoto로 사진 관리를 꼼꼼하게 해 온 사용자들에겐 정말 치명적인 조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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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또 하나 : 이전 버전에서는 페이스북과 연결하여 내 페이스북 계정의 사진첩들을 위와 같이 한자리에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었는데 업데이트 되면서 그 기능이 빠졌다.

 

하지만 그러한 단점들을 감수해가면서 까지 내가 기대하고 있던 기능은 iCloud Photo Library 였다. 나는 모든 디바이스에서 전체 사진/동영상 라이브러리에 접근하길 원해왔다.

 

사진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

난 2003년 캐논 익서스 시리즈를 시작으로 디지털 카메라로 전환했고 지금까지 (2015.5.10을 기준으로) 47,982장의 사진과 1,057개의 비디오 클립을 저장해 두고 있다. (용량은 280GB정도) 추정컨데 아마도 그때를 기준으로 전후 2-3년사이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지털 카메라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나는 특별히 사진 찍기를 좋아하고 좋은 카메라를 욕심낸 적이 없었다. 나의 디지털 카메라는 파나소닉 GF1을 사게된 2010년까지 7년간 똑딱이 카메라에 머무르고 있었고 내 아들인 정후가 2012년에 태어나면서 비로소 조금 더 많은 사진을 찍게 되었을 뿐이다. 아마 내가 모아둔 4만 8천여장의 사진과 천 여개의 비디오 클립, 280기가 바이트의 용량이 가장 일반적인 라이브러리의 크기가 아닐까 싶다.

난 초기버전때부터 사진을 아이포토로 관리해왔고 적어도 가족들의 사진을 한 군데에 잘 모아두기만 하자는 것이 일차 목표였다. 그 목표는 3년전까지 잘 지켜져왔다. 아이포토 라이브러리가 깨지기 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복구한 라이브러리를 담아둔 외장하드 디스크가 고장나면서 나는 지난 10년의 역사가 모두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느꼈다.

사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사진은 그 때 라이브러리와 하드디스크가 두 세번 반복하면서 깨진 탓에 수 천장을 잃고 난 후 간신히 복구한 것들로 구성한 라이브러리다. 난 그 때부터 이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디지털 카메라가 세상에 나오기 전의 아날로그 시대에 비해 사진관리를 더 잘해내지 못하고 있다. 아날로그 시대엔 사진을 인화해 앨범에 꽃아 넣는것이 일상이었고 화재나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그 앨범은 대를 이어 전해진다. 나 역시 작년에 부모님댁에서 내 어린 시절의 사진첩 몇 개를 가지고 왔다. 수년전 일본을 덮친 지진과 해일을 피해 이재민들이 집에서 들고 나온 마지막 물건은 결국 사진첩이었다. 그렇게 소중한 추억을 고작 하드디스크가 고장나는 사고 따위로 모두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NAS, 외장하드 디스크, 백업, DVD롬 등 다양한 매체와 방법을 생각해보기 시작했는데 하드디스크나 DVD롬 등에 담아 오래 보존하는 것은 일단 답이 아니었다. 같은 목적으로 90년대 초반에 5.25인치 디스켓에 보관된 문서들(아마 보석글 형식이었을 것이다)을 10년이 지난 시점에 발견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그 매체들을 읽을 수가 없어 그대로 폐기했던 기억 때문이었다. NAS도 좋지만 물리적인 고장을 고려하면 몇 군데로 분산시켜 백업해야 했는데 그건 정말 시간과 돈과 노력이 드는 일이었다. (혹시라도.. NAS의 RAID 구성을 믿는건 정말 바보짓이다) 결국 나의 결론은 Cloud 였다. 적어도 내 개인적인 역량과 장비에 비해 그들이 더 나을 것이란 생각에서 그런 결론에 도달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내 사진들의 백업본을 계속 외장하드디스크에 가지고 갈 것이다.

Flickr나 구글, 심지어는 Dropbox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고려할 수 있지만 난 오래동안 iPhoto로 사진을 관리해왔기 때문에 먼저 iCloud Photo Library에 기회를 주기로 했다. 요세미티 10.10.3으로의 업데이트를 마친 후 난 iCloud를 500GB, 한달에 9.99$로 업그레이드를 하고 사진을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중간에 업로드가 끊어지고 재개되지 않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일주일만에 모든 사진과 동영상에 대한 업로드를 마칠 수 있었다.

워낙 많은 사진이라 그런지 속도가 빨라졌다는 느낌은 조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두 대의 아이패드, 아이폰 6 플러스, 맥북에어, 아이맥 등에서 모두 사진 라이브러리 전체에 접근할 수 있게 된 점은 정말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내 11.6인치 맥북 에어의 용량은 128GB 불과하지만 하드디스크의 남은 용량에 따라 사진 라이브러리 크기가 자동으로 유연하게 구성된 다는 점도 매력이다.
(난 제발 드롭박스가 이 기능을 채용했으면 좋겠다)

iCloud Photo Library 서비스가 안정적이고 비용효율적이며 기능적으로도 진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난 군말없이 여기에 안주하고 살아갈 것이다. 인생의 모든 사진이 날라가버릴 수 있다는 공포심을 내려놓고서 말이다. 지금도 여전히 초기 상태가 가끔 사진 씽크가 잘 안되거나 느려질때가 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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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포토앱은 중복된 사진을 골라내는 기능이 아직 없다. iPhoto 시절엔 중복사진을 전문적으로 골라내고 지워주는 앱이 있었지만 포토앱이 업데이트 된 지 얼마되지 않은 탓인지 아직 새로운 앱을 지원하지 못한다. 내 라이브러리도 적어도 4-5천장 정도의 사진과 동영상이 중복되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진은 Duplicated Photos Fixer Pro)

 

 

단순 저장을 뛰어넘어야 할 때다

주변 지인들에게 가끔 사진을 어떻게 관리하냐고 물어보곤 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았다. 그저 저장해 두고만 있지 다시 꺼내서 정리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은 이럴때 써야할 것 같다. 대부분 단순 저장을 넘어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건 언젠간 한번 극복해야할 문제같다. 가장 좋은 사진의 활용은 역시 리스트를 다양하게 만들어 두는 것이다.

난 음원화일들을 정리할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수 만곡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수 백개의 플레이 리스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더 큰 재산이 된다는 것 말이다. 이 리스트들은 지금도 계속 만들어 지고 있다. 예를들어 수 년전 그린데이(GreenDay)내한공연 때는 Set List를 만들어 공연을 예습(?)했었고 평소엔 보통 별4개 이상의 베스트 모음집을 자주 듣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필요할땐 ‘Soft’나 ‘여성보컬 모음’ 플레이 리스트를 듣는 식이다.

난 사진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가족들과의 여름 휴가를 사진 리스트로 만들고(포토앱에선 이를 앨범이라 칭한다) 그에 대한 슬라이드 쇼와 포토북(포토앱에선 이를 프로젝트라 한다)으로 만들어 두면 가끔 서재에 멍하게 앉아 있을 때 그쪽으로 손이 간다. 예전 사진을 둘러보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워서 어쩔땐 몇 시간씩 거기에 빠져있기도 한다.

애플은 OS차원에서 리스트를 만드는 일을 지원한다. 파인더나 아이튠스, 포토앱 모두 비슷한 개념이다. 수동으로 목록을 만들 수도 있고 스마트앨범 기능을 통해 조건에 맞는 사진들만 찾아낼 수도 있다. 나는 이번 포토앱과 iCloud Photo Library를 기점으로 매년 가족 연감을 만들어 슬라이드쇼와 포토북으로 제작하기로 했다. 과정은 간단하다. 좋아하는 사진에 표시를 하고(별점이 없어진 것은 못내 아쉽다) 스마트 앨범만들기 기능을 통해 표시된 사진을 기간 조건으로 설정하면 스마트 앨범이 자동으로 구성된다. 이 앨범에 수록된 사진들로 슬라이드쇼와 포토북을 만드는 것이다.

제대로 된 리스트(앨범)를 만들기 위해선 메타데이터 입력과 관리가 중요하다. 수 년전 까지만 해도 애플은 OS차원에서 화일에 다양한 태그를 붙이지 못했었지만 2013년 가을 매버릭스에서 이 기능이 정식으로 채용되어 OS레벨에서 서비스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마음만 먹으면 이 태그 기능을 이용하여 다양한 앨범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난 강의때 찍은 사진들에 ‘강의’란 태그를 만들어 붙여 놓았고 이는 곧바로 ‘강의’란 스마트 앨범에 자동으로 들어가게 된다.

여담이지만 애플은 아이폰의 사진앱에 처음부터 태그를 달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한다면 정말 사진을 정리하기 편리하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이건 거의 특허를 받을 만한 아이디언가?)

 

에필로그

오늘 크게 두 가지 정도를 말한 것 같다. 사실 새로운 포토앱 자체에 대한 얘기보다 ‘사진을 어디에 보관할 것인가 ?’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 볼 시점이 되었다는 것과 ‘단순저장을 넘어서 앨범을 만들라’는 얘기였다. 이 두 가지 물음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는 솔루션들은 제법 많다. iCloud + 포토앱도 그 솔루션들 중 하나일 뿐 자신의 스타일과 성향에 가까운 솔루션들이 분명 존재할 거라 생각한다.
어쨋든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사진의 보관과 활용에 대해 지금 시점에서 숙고해 보고 방향을 정하길 바란다. 우리 하드디스크 한 켠에 사진이 너무 많이 쌓여있어서 더 이상 미룰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곧 바로 이어지는 연재를 통해 새로운 포토앱에서 포토북을 만드는 과정과 완성본의 모습을 보여드리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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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S용 포토앱에선 ‘프로젝트’가 보이지 않는다. 슬라이드쇼와 포토북의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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