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다이어그램

4월부터 N사의 12명을 대상으로 3회에 걸쳐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강의와 코칭을 병행하고 있다.  두번째 시간엔 각자의 주제를 가지고 나와 발표했고 난 그자리에서 피드백을 하고 다음 시간을 위한 숙제를 각자에게 주었다. 그리고 다음 시간이 되기전 미리 피드백을 받고픈 사람은 메일로 결과물을 보내고 몇 번이고 피드백을 요구해도 괜찮다고 말해두었다.  며칠 후 여러 임원들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가능성에 대해 브리핑할 K대리가 완성본을 보내왔다.  지난 발표시간에 내가 K의 발표를 보고 질문한 사항은 보고받는 임원이 그 사업에 대해 어느정도 기본 지식이 있느냐는 것이었는데 그때 돌아온 대답은 개념은 알아도 상세한 내용은 잘 모를 것이란 내용이었다.

기본적인 논리의 전개방식은 나와 K가 합의한 대로였다.

  1. 기존 4가지(a,b,c,d)형태의 모델설명
  2. d모델의 가능성
  3. d모델이 동작하는 방식 (상세설명)
  4. d모델의 실제 운영사례
  5. 첨부 :  3,4의 세부기능, 사업성과

이 보고서는 개요에서 상세내용까지 대단히 전문적인 내용을 다뤄야 했는데 사전지식이 깊지 않은 청중을 저항감없이 쉽게 이해시키면서 상세한 내용속으로 인도하되 스스로 이 사업의 가능성을 느끼고 흥미를 유발시키기까지 해야했다.

다이어그램9

 

K대리가 작성한 보고서엔 그래서 사업모델과 관련된 다이어그램이 다수 등장한다.  문서 후반부의 상세 모델은 대단히 복잡했다. 대략 위와 같은 형태였는데 (위 그림은 내가 다시 간략화하여 다시 그린것이다) 기능과 고려사항을 설명한 깨알같은 텍스트와 생략해도 되는 클립아트가 복잡성을 더해주었고 무엇보다 큰 문제는 그림이 등장할때마다 약간씩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도 한번 설명했지만 굳이 복잡한 형태의 다이어그램을 설명해야 한다면 처음부터 그 복잡한 것을 등장시키지 말고 가장 쉬운형태로부터 서서히 줌인(Zoom-In)해 들어가는 형태가 가장 이상적이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다이어그램

이번 사업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a모델입니다.  아주 심플하지만 실제로 직접 동그라미에 전달하는 네모는 많지 않죠.

다이어그램_1

그래서 이를 전담하는 세모가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b모델입니다.   (첫번째 그림과 구도 위치, 크기 등 고정시킬 수 있는 것들은 모두 고정하고 변화를 극소화하여 빠른 이해를 돕고 a,b 모델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다이어그램_2c모델은 동그라미의 창구를 일원화하여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오각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다릅니다. (#1을 제대로 이해한 청중이라면 여기까지 넘어오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비슷한 구도의 작은 변형들에 불과하니 말이다)

 

다이어그램_3

d는 c와 유사해 보이지만 동그라미는 a모델에서와 같이 오각형을 네모로 생각하고 편하게 거래하면 됩니다. 그 뒤의 세모와 네모는 아예 신경쓸 필요가 없죠.

다이어그램_5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오각형내의 3단계 구조물 덕분입니다.  실제로 오각형은 다수의 네모와 동시에 통합적으로 거래할 수 있죠. (이 그림에서 최초로 오각형이 줌인된다. 이제 d모델을 놓고 상세하게 펼쳐나가기 시작한다)

다이어그램_6오각형내의 3단계 구조물은 다음과 같은 일을 각각 합니다.  (더 줌인해서 들어왔다. 이로인해 전체 모양이 깨졌지만 영화에서의 롱테이크 기법처럼 청중의 시선은 계속 같은 장면의 연속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이어그램_7상세하게는 10가지 작업들이 연속적으로 벌어지게 됩니다. 이 3개의 구조물은 각각 서로다른 전문적인 업체가 만든것을 조합해 만듭니다.

 

K대리의 설명은 사실 #8 그림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관건은 청중이 전체 구조를 이해하면서 여기까지 끈이 이어지는 느낌을 가지며 따라오게 만드는 것이다.  (위의 그림은 개념도이지만 결국은 실제 모습으로 치환해 보여주는 장면까지 가게 된다)  그런데 K대리가 보내온 결과물을 보면 #3 정도에선 동그라미와 네모의 위치가 서로 바뀌기도 하고 #6, #7같은 3단 구성의 전반적인 개념 설명이 부족하며 #8부분에 이르러서는 설명해야할 고려사항과 기능설명 텍스트의 분량에 따라 그림 자체가 변하기도하는 등  쉬운 이해를 저해할만한 요소들이 제법 많았다.

위와같은 사례는 코칭을 하면서 자주 등장하는 형태이다. 어떤분은 처음부터 #8레벨에 해당하는 아래와 같은 그림을 보여주면서 하나하나 설명하려 드는데 그럴경우 청중을 이해시키는데 고전할 수 있다.

다이어그램9

 

이러한 시리즈 형태의 다이어그램을 잘 그리기 위해선 가장 마지막그림을 먼저 그려두고 거기에서 컴포넌트들을 하나하나 빼내는 방법으로 역으로 그려가면 전체 구도와 크기, 위치 등을 지켜낼 수 있다.  너무 멋진그림을 그리려고 처음부터 동그라미는 고객을 상징하는 아이콘 등으로 그릴 필요는 없다. 처음엔 저렇게 동그라미, 네모 정도로만 표시하고 그림이 단순하게 완성되면 각각의 컴포넌트를 아이콘으로 치환하는 것이 방법이다.

 

2. 게임을 설명하는 플롯

수 년전부터 게임개발사, 게임 스타트업들과 만나면서 새로 개발한 게임에 대한 소개 프레젠테이션을 몇 번 듣게되었고 N사에서 코칭을 진행하며 하루에만 다섯팀 정도를 코칭하면서 게임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참 까다롭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내가 기억하고 리뷰한 10여팀의 게임소개는 솔직히 말해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대개의 경우 세계관, 그래픽, 전투, 테크트리 등 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기능들을 나열식으로 보여주면서 각 특징에 대한 짧은 비디오 클립을 곁들이는게 보통이었는데 그것이 모여 전체적인 느낌을 형성하기엔 너무 조각나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완성후의 모습이나 프로토타입, 예상도 등 게임이 개발되고 난 후의 모습,  즉 ‘After’에만 신경이 쏠려있었다.
이 문제의 해법을 한동안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런데 고민을 하면서 ‘고민’이란 단어가 해법으로 떠올랐다(우습게도 말이다)
‘맞아!… 게이머나 퍼블리셔, 기타 청중이 될만한 사람들을 우리의 여정에 동참시켜야해~!’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위성, 필요성을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기존 게임 소개 프레젠테이션은 그런 요소가 사실 거의 들어있지 않았다. 그 얘기를 하려면 게임을 기획하면서 우리가 오랜시간 고민했던 과정들을 정리해서 보여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 판단했다.
왜 우리가 런(run) 게임을 만들게 되었는지, 우리의 테마는 왜 해적인지 기획단계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사안과 현재 잘나가는 게임, 실패한 게임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었던 교훈들을 어떻게 결합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 과정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고민에 대해 청중들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그 여정을 함께하면서 그 고민들이 어떻게 해소되었는지 궁금하게 만들어야 후반에 실제로 구현된 기능이나 특징들이 아마도 힘을 받고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될거라 생각했다.
결국 이 역시 크게보면 고민(문제)-해결 구도의 형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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