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블로그, 그리고 내 블로그

By | 2007-05-09

오늘 집에 일을 가져오긴 했는데 결국 한페이지도 못썼습니다.
이럴땐 그냥 노는게 상책이죠.  제 경험상 그게 항상 더 나은(?)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냥 이렇게 마음이 불안해 질때까지 놀다가 똥줄이 타들어가는걸 즐기며(거의 변태죠)
마감직전에 막판 스퍼트를 가열차게 펼치는 것이 더 나을때가 있답니다.

오늘 우리회사 대표께서 한 말을 떠올려봤는데요.
‘기업용 블로그’에 대한 말이었습니다.
사실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맡은 일이 같잖게도 ‘연구소소장’이다 보니
뜬구름잡는 듯한 개념풀이에 대한 문의가 자주 들어오곤 하는데 얼마전에도 그룹의
난다긴다 하는 CIO한분께서 그런 요청을 하신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사람을 통해 알아보니 삼성그룹은 작년 12월에 내부적으로는 블로그
시스템 구축을 끝내고 올초부터 시험적용을 한다더군요.  그 기사가 얼마전 언론을
통해 보도가 되었고 그 소식을 정리하여 IT동향으로 정리하여 그룹내에 내보낸 것인데
좀 더 알아봐 달라는 피드백이 온거였죠.

사실 제 블로그를 들러주시는 분들이나 인터넷을 자주 배회하는 분들이라면 블로그
문화에 어느정도는 익숙하시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믿지 않으실지도 모르겠지만 IT를 업으로 하는 우리회사나 다른 회사의 IT관련
인사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소위 우리가 1-2년전 부터 즐겨 얘기하고 있는 WEB 2.0에
대해서 놀라울 정도로 무식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작년초에야 비로소 Flickr 같은 사이트의 유용함에 눈을
떴으니까요.   요즘은 Wikipedia같은 사이트는 아예 옆에 달고 살기까지 하죠.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격주간으로 사내에 배포하는 IT뉴스 클리핑에는 Voice of Blogger를
만들었고 전문 블로그에서야 비로소 시원하고 심도있는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얼마전 같은 IT컨설팅 하는 친구가 제 블로그 사이드에 달린 Technorati가 뭐냐고
물어보더군요.   Feed Burner같은 사이트야 더할 나위 없겠고 말이죠.
제가 맡고 있는 팀의 동료나 아는 사람들도 사실은 대부분 이런식입니다.

물론 그런 사이트들을 모르는게 무식하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대게 저는 동료들이
그런식의 반응을 보이며 물어보면 침을 튀겨가며 설명을 해줍니다.   저 역시 작년초에
그런 사이트들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례를 다니면서 마치 새로운 세상이 제 앞에
열린 것 같았으니까요. 
블로그를 하나 만들기로 결심한 것도 며칠동안 밤새도록 인터넷을 돌아다니면서 계속
감탄에 감탄을 쏟아낸 끝에 전격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니까요.

자… 그럼 이제 슬슬 주제에 접근해보죠. 
Oracle, SAP, Microsoft, SUN, HP 와 같은 기업을 주로 대상으로 장사하는
IT의 거인들이 토해내는 정보들 만으로도 IT에 종사하는 사람이나 일반기업들은 머리가
터질 지경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자연스럽게 소위 ‘제도권’을 형성해 버린 느낌입니다.
게다가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가 더욱 강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고 말이죠.

그래서 UCC, Blog 등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IT문화와 기술들은 기업IT담당자나 저와
같이 IT컨설턴트들에게는 자연스레 ‘비제도권’문화가 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입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아예 이런 문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죠.  오늘날 UCC는 뭔가 주제를 찾아나선 상업적 성격이
강한 기업들에게 좋은 테마가 되고 있습니다.  이제 Blog도 마찬가지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노리는 것은 이들의 파괴력입니다.

특히나 내부적으로 지식을 축적하려는 기업들은 Blog의 개념이 그야말로 지식자산을
단숨에 축적시킬 수 있는 ‘기술’인 것이죠.  저에게 Blog를 KM의 기초자산으로 만들어
보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는 임원들도 모두 이러한 공통된 목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보도된 삼성 역시 이러한 목적이 다분히 있을 것이라고 여겨집니다.

제가 볼때 이것은 마치 양봉업자의 기대감과 같은 것입니다.  예전엔 기업내의 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사람을 사서 돈을 내야했던 기업이 벌통과 벌을 들여와 일정시간 후에
꿀을 채취하려는 의도인 것이지요. 

이러한 시도가 분명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야욕’을 가진 기업이나 임원들을 보면
하나같이 블로그나 WEB 2.0이라는 개념 아래에 면면히 흐르는 ‘문화적인 코드’나
‘암묵적인 약속’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기업은 블로그를 통하여 업무지식을 공유하고 축적하여 소위 말하는
Operational Excellency를 추구하려 하지만 사실 기업내의 블로그는 기업정보 유출
방지를 위해 폐쇄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꿀벌들이 회사에서 설치한 벌통(블로그)에
열심히 꿀을 넣으리라는 생각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아마 맨처음으로 할일이 그룹이나 회사네트워크 밖에서 RSS와 같은 기술로 컨텐츠를
구독하려는 것을 차단할 것이고 이것이 Blog의 내면에 흐르는 ‘공유’의 정신과 문화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또한 예상컨데 회사내의 상호 블로그 구독 역시 시간이 지나면 정보의 보안등급에 따라
선택적으로 구독을 막거나 하는 통제수단을 요구하게 될 겁니다.  

게다가 블로그를 도입하려는 기업들의 가장 바보같은 기대는 당사자가 나가도 그 사람의
지식은 그대로 블로그에 남을 거란 생각입니다. 

만약 기업이 블로그를 도입한다면 그 블로그가(벌통) 그 사람(꿀벌)의 Main Blog로
자리매김 할 수 있겠느냐를 먼저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에서 마련해준
블로그가 개인의 Main Blog가 될리는 없겠죠. (아마도요)  그러나 전략적으로 그것을
Second Blog 전략으로 자리를 매긴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많이 다녀보셔서 아시겠지만 블로그의 철학과 그 기능에 대해 정통한 기업들이
운영하는 블로그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블로그가 가지고있는 고유의 사상을 그대로
둔채 그것을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될겁니다.
제품을 개발하고 그 진행과정을 고객에게 공개하고 공유하는 그런 블로그들은 정말 무수히
많습니다.  

네^^…그것이 블로그가 원래부터 가지고 있는 속성이겠죠.

특정 프로젝트의 팀블로그 정도는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내 비업무적인
커뮤니티의 운영에도 블로그가 유용할 거라 생각합니다.   꼭 블로그가 아니더라도 사내
정보시스템 내에서 RSS와 같은 기술을 적용할 일은 무수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원에게 블로그를 내주고 거기에 자신의 머리에 있는것을 쏟아내놓고
업무적인 지식을 구독하며 서로 교류한다는 것은 그 제도를 만드려고 하는 사람의
의도와 야욕에 따라 정말 참패를 면하지 못할 수도, 크게 성공할 수도 있는 거라고 봅니다.

그건 딱 백지한장의 인식차이겠죠… 
제발 모든 것을 돈벌이와 비용절감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그냥 뜬금없이 제 블로그의 원칙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Unique & Steady Selling을 고수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작년에 비록 올블로그 순위권내에 들어가긴 했지만 그건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것 같고
일단 어디서나 볼 수 없는 나만의 생각과 안팔려도 좋으니 1-2년이 지나도 손색없이
읽어볼만한 내용들을 채워넣으려고 노력중입니다.

그리고 뭔가 쌓이는 맛…이 느껴지게끔 느리지만 정말 지속적으로 컨텐츠를 쌓아나갈
생각입니다.  작년에는 너무 축구와 야구얘기에 정신이 팔렸었지만(-.-) 그것도 조금
자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요…

어쨋든 나만의 오래된 창고..를 만들어보려구 합니다.
다른분들이 와도 뭔가 뒤지고 다니는 재미가 있게끔요…

그 쌓이는 맛을 느끼시려면 아마 앞으로 몇년후에 오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 때쯤이면 유명 블로거가 되거나 순위에 든다쳐도 좋을것 같구요…
그렇지만 뭘 잘 쌓아놓게 될지는 저도 잘 모르겠답니다.
일단 그때그때 쌓아놓으면서 뭐가 쌓이는지 저도  볼 뿐입니다.

다음에 사장님이나 다른 회사 임원분들이 블로그에 대해 또 얘기를 하시면
이번엔 확실히 좀 말해두어야겠습니다..ㅎㅎ

Facebook Comments

8 thoughts on “기업용 블로그, 그리고 내 블로그

  1. noenemy

    블로깅에서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하는게 자율성이 아닌가 싶은데요. 외부에 오픈된 기업 블로그라면 어떤 식으로든 과대 포장되고 진실이 왜곡될 수 밖에 없겠죠. 그리고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엄청난 보상(?)이 없는한 쓰고 싶어서라기보다 써야하기 때문에 라는 의무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 같구요.

    Reply
    1. demitrio

      외국의 경우를 보니까 회사개발자들이 고객들과 진솔하게 의견을 주고 받는 모습이 보기가 좋더구나. 보통 개발 프로젝트마다 블로그를 하나씩 가져가는 추세이던데 그런건 긍정적보인단다.

      Reply
    2. 효준,효재아빠

      우리나라 기업들은 꽁꼬로 사람들의 지식들을 착취해 내거나 돈을 벌(또는 save) 수단으로 사용할 것 같애..Web 2.0이 그런 의미가 아닌데..

      요즘 회사에서 하두 정신이 없어 posting할 시간두 잘 안나네..쩝쩝..일은 열라 해주기 싫은데두 말야..

      Reply
  2. 별바람

    기업 블로그 체제를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사례중 하나는 외국의 보안기업이 아닌가 싶네요. Sunbelt, McAfee, F-Secure등의 보안기업들은 블로그를 통해 많은 고객들과 방문자들에게 자사를 홍보하고 지식을 공유하고 각종 소식을 전파함으로써 좋은 이미지를 얻고 있지요. 뭐 국내 안철수연구소도 그 뒤를 따르듯 부랴부랴 직원들이 네이버등에서 블로그를 개설하고 홍보하고 있더군요.

    Reply
    1. demitrio

      네 기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나 문화에 대해 정확한 인식만 하고있다면 나름대로 써먹을데가 있을겁니다만… 그냥 형식만 도입한다면 실패가 불을 보듯 뻔하죠

      Reply
  3. momo

    늦바람이 무섭다지요~ 웹2.0

    투자자들은 이제 웹2.0에 대한 투자가치가 읍다고 판단하고 시자에서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Reply

demitrio 에 응답 남기기 응답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