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월드컵 개막이전에 상암동과 여러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흘러 나오는 월드컵 테마송들을 들으면서 ‘저게 과연 축구경기를 응원하는 노래인가?’를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리키 마틴이 불렀던 신명나는 노래를 기대했던 저로서는 진짜 대실망이었습니다.

특수한 음악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뮤지션 역시 그러한 특수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야 했던 거죠.  아마 곡을 작곡하거나 부르고 연주하는 사람이 축구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그 토록 이질적인 곡이 탄생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러던 중 월드컵이 개막되었고 저도 벅찬 마음으로 프랑스와 세네갈의 개막전을 지켜보고 있었죠.    선수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백그라운드로 음악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음악이 처음부터 묘하게 주의를 끌었습니다.

경기후 당장 인터넷을 뒤졌고 그 곡이 반젤리스의 2002 공식 테마곡인 Anthem이라는 걸 알았을 때는 ‘빙고~!’라는 탄성이 저도 모르게 터져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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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them 듣기

반젤리스는 그 동안 영화음악과 여러가지 커다란 행사의 테마곡에서 성공을 거두어 왔습니다.  그리스 출신인 그는 아프로디테스 차일드 시절부터 (60년대말) 두각을 나타내어 이미 70년대 초반에 거의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었습니다.     그와 비견될만한 키보드/신서사이저 주자는  그 당시에 Yes에 몸담고 있었던 Rick Wakeman이나 ELP의 Keith Emerson 정도였죠.   실제로 Yes의 리더격이었던 John Anderson이 반젤리스를 영입하려고도 했었답니다.    릭 웨이크먼이 예스시절 이후 Solo Album으로는 고전을 면치 못했고 키스 에머슨 역시 그랬습니다만  반젤리스는 오히려 더욱 성장해 나갔고 운신의 폭이 더 넓어 졌습니다.

1975년에 발표한 컨셉트앨범인 Heaven & Hell은 혼자서는 도전하기 힘들었던 대작인 동시에 그의 대표작으로 남습니다.  그 뒤로도 Spiral(77), China(79) 등 일련의 성공작을 발표합니다.   

어린시절 즐겨보았던 과학 다큐멘터리인 코스모스에도 칼 세이건과 함께 등장하는 배경음악이 반젤리스의 곡들이었죠. 

그가 영화음악가로서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된 작품은 불의 전차 (Charios of Fire)였습니다.(1982)  이 영화가 아카데미상 4개부문을 휩쓰는데는 음악도 한몫 했습니다.    저도 영화를 보면서 정말 음악과 영상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몇 안돼는  장면으로 기억합니다.

같은해 반젤리스는 블레이드 러너로 다시금 명성을 이어나가게 되는데요.  블레이드 러너의 우수에 젖은 곡들도 정말 영화와 어울리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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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젤리스의 최근작과 베스트앨범 모두를 포함하면 그의 앨범은 50여장이 넘는것 같습니다.  정말 왕성한 활동이죠.    그의 곡들은 대부분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 때문에 항상 자신만의 스타일을 거의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색채를 뿜어냅니다.     제가 바보같은 평가를 곁들인다면 반젤리스는 ‘우주적인 키보디스트’입니다.   그의 연주를 듣고있으면 밤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느낌이 일죠.

(1989년 Direct앨범에 들어있는 Motion of Stars를 들어보면 실제로 그런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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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주제곡인 Anthem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폴란드전에 등장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고 가슴이 벅차 돌아가실 뻔 했습니다.   이 곡에도 또한 반젤리스의 배려가 담겨있는데요.    일본과 우리나라의 악기들이 절묘하게 섞여서 연주되고 있는데 그 협주가 아주 자연스러워 놀랬고  거기 등장하는 사물놀이패가 김덕수여서 두번째 놀랐습니다.   

이번 2006월드컵 주제곡과 테마는 어떤 건지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았습니다만  기대가 됩니다.

지난 유로2000의 테마곡도 아주 인상적이고 좋았죠.  이번 붉은악마와 KTF의 응원가는 그냥 그런수준이더군요…  차라리 네덜란드에서 불리워졌던 박지성 찬가같은 스타일이 더 낫지 않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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