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와 직업병 : 4인의 당구귀신 이야기
나는 당구를 위해 내 재능을 어떻게 이용하였는가

오늘 방명록에 글을 올린 ‘이기찬’선배에게 자극을 받아 결국 이 글을 올린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모두 실화이며 등장인물 역시 실존인물이다.  지금까지 당구에 대한 포스트를 자제해 왔던 것은 가정환경을 감안한 개인적인 사정때문이었음을 먼저 밝혀둔다.

 

겐빼이조의 탄생, 정사대전의 시작

이 얘기의 처음을 설명하자면 십수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지만 그 정도의 시간이 없으므로 중간을 생략하고 오늘날의 겐빼이조가 어떻게 탄생되었는지를 간략하게 얘기하도록 하겠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명보다는 당구계의 별호로 호칭되는데 그 별호를 그대로 사용하기로 한다.

나(신동)는 지난 20여년간 험난한 강호의 평범한 무사에 불과했는데 4-5년전부터 당구와 쿠션에 대해 심오한 깨달음을 얻어 갑자기 기량이 일취월장, 항상 다마수가 나보다 50-100정도가 앞서던 동료들과 대등해지게 되었다.  이에 대학선배인  ‘신당'(‘신의 경지에 오른 당구’라는 뜻으로 학창시절 같은과 동료들에 의해 헌정됨)이 나를 ‘신동'(당구신동)이라고 지칭하면서 ‘신동’이란 별호를 얻게 되었다.

내가 방위복무시절 같은부대 동료 두명이 있었는데 하나는 ‘우마왕’이고 또한명은 ‘비에리’였다.   이들 둘과 나는 방위시절 동기였고 나의 대학선배인 ‘신당’은 ‘우마왕’의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었기에 우리 네명은 어울릴 수 있었다.    당구교본과는 사뭇 다른 구질을 가진 ‘우마왕’ (마교의 일파같다)과 ‘비에리’는 사파로 분류되었고  ‘신당’과 ‘신동'(나)는 정파로 분류되어 처음부터 겐빼이조로 굳어져 버린다.   이것이 정사대전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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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비에리의 완전가락 2번공이 어떻게 서있든 밀고들어가서 맞는다..무선넘 -.-;;

‘비에리’는 왜 비에리인가하면 그의 구질이 2002년 월드컵에서 수비의 겐세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헤딩슛으로 그물을 출렁거리는 축구선수 비에리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그의 쓰리가락은 오시성으로 앞다마를 그대로 밀고 들어가는 성향이 강해서 상대팀을 가슴아프게 한적이 한두번이 아니었고  이 때문에 나로부터 ‘비에리’라는 별호를 받아 그대로 굳어지게 되었다.

이후 사파의 ‘우마왕’이 공사다망한 관계로 내가 사파를 보충할 인물을 하나 끌어들이게 되니 이 사람이 ‘기찬류’이다.  그의 별호가 그의 본명에 ‘류’를 붙인것으로 미루어 짐작하더라도 그의 다마는 독자적인 일가를 이루고 있음은 자명해진다. 
그의 다마가 광명정대하지 못한것은 아니지만 길게본것이 짧게 들어가고 짧게 본것이 길게 들어가며 앞으로 본것이 한바퀴 돌아서 맞는 등  뒤가 구리다는 특성때문에 사파로 분류되었다.     ‘비에리’+’우마왕’의 사파1팀과  ‘비에리’+’기찬류’의 사파 2팀에 맞서 ‘신당’ + ‘신동’의 정파연합팀은 지난 4-5년 동안 200전이 넘는 전적을 쌓으며 일희일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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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의 특성이 잘 드러난 비에리의 전형적인 샷 (실제 있었던 뽀록임)

직업의식의 발동

같은 상대와 오래동안 대결을 하다보면 이런저런 상대의 특성을 느낄 수가 있는데 가령 ‘비에리’는 쓰리가락을 잘친다. 라는 생각이나 ‘신당’은 레지의 귀신이다. 라고 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것은 상대방과 내가 느끼는 차이가 있으며 경기중 항상 구설수에 오르게 된다.

예를들어 나는 우라를 잘 친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거나 하면서 생기는 말다툼 등이 그것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정파가 한번 더 이겼다는 둥 아니라는 둥해서 몇번 더 말다툼이 이어진 뒤 나는 드디어 우리의 대결을 시스템화 할 생각을 갖게 되었다.    

예전에 KBO에 갔다가 구경했던 야구기록지가 떠올랐다. 그걸 기초로  일단 당구 기록지를 만드는 일과 그것을 시스템화 하는 일에 착수했다.    또한 게시판에서 그날의 하이라이트를 표현할 때 사용할 당구대그림이 필요했다.  

결국 지속적인 개선끝에 당구기록지를 완성했고 그것을 정확히 시스템화 해서 MS Access를 가지고 당구기록지의 입력과 선수별, 날짜별, 게임별, 구종별 통계를 정확하게 낼 수 있게 되었다.   당구대 그림은 이미 위에서 보는 바와 같다.
위의 당구대와 당구공은 일러스트레이터로 미리 그려놓은 것으로 상황에 따라 쉽게 그날의 상황을 그릴 수 있게 템플릿을 구성해 놓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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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로 만든 당구기록지. 당구장에서는 출력된 빈용지에 수기로 기록한다

그리고나서 싸이월드의 폐쇄게시판에 게임 다음날 전날 게임의 평가와 함께 당구대 그림과 기록표를 html문서로 올려 놓아 마치 일간스포츠에서 매일 야구 통계를 간략하게 내놓는 것과 같이 올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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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할 수 없는 IT마법, 각 선수별 구질을 다루고 있다.

시스템화가 실현된 후 각 선수들은 개개인의 장단점과 구질을 확연히 알게되었고 누가 수비가 강한지도 알게되어 서로 견제하기 시작했다.  또한 자기가 제대로 구사할 수 없는 기술을 집중연마하여 전체적인 경기의 질이 올라갔으니…이게 IT의 힘이 아니고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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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Access로 만든 입력/집계 시스템.  클릭해서 크게보시라

시스템화가 진행 된 후 당구리그가 더 격해졌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승패와 세이브 제도를 도입했고 득점 및 실점이 숫자로 표현되기 때문에 아마 다들 죽을힘을 다해 쳤던것 같다. 

사실 이걸 내보이는게 자랑스럽지만은 않다.  당구치는데 이런짓까지 한다고 혀를 찰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러나 혹여나 관심있는 분들은 말씀하시라.. 노우하우와 시스템을 공짜로 드릴 수 있다.

다음번엔 지금까지 수년간 치뤄온 정차와 사파의 대결에 촛점을 맞춰보기로 하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저 당구대 그림과 공은 미리 일러스트레이터로 비율에 맞게 그려둔 것이다.  위의 공은 내가 즐겨 치는 투가락의 전형적인 모습인데 가끔 그림과 같이 잘못맞아서 오히려 적에게 막대한 심적인 타격을 입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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