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Archives: My Life

대부

By | 2021-11-02

망원동에서 살며 대학시절을 보내던 어느날 이었다. 어머니가 갑자기 나를 부르시더니 묘한 표정으로 얘기를 시작하셨다.  “용석아 너 앞집 O진이네 O식이 알지?” “그럼요 알죠. 근데 왜요?” “응, 글쎄 그 집에서 너더러 O식이 영세성사 대부를 서달라고 그러더라” 거실 마루바닥에 누워있다가 난 용수철처럼 튀어일어났다. “으~응? 나더러 대부를 서달라고? 아니 왜 나야?” “글쎄 그건 잘 모르겠고… 어쨋든 널 동네에서 좋게… Read More »

만삭의 영자

By | 2021-10-22

옥정초등학교의 오후 일곱시 초중급반 수영클래스가 시작된 어느날 수영선생이 사람들을 모아 놓고 오늘 새롭게 클래스에 합류한 분을 소개했다. 월초가 아니어서 신입회원이 들어올 날짜가 아니어서 상당히 이례적이었다. 새로 들어온 분은 놀랍게도 만삭의 임산부였다. 산달이 임박했는지 상당히 배가 컸는데 옆레인의 아줌마들이 배모양을 보고 각자 아들이라는 둥 쌍둥이 같다는 둥 수근거렸다. 보통 내가 보아온 만삭의 임산부들은 그때가 되면 힘에… Read More »

모니카 벨루치

By | 2021-10-20

자유영을 몇 개월의 고생끝에 돌파하고나자 그때부턴 모든게 장미빛인것 같았다. 실제로 배영은 자유영과 미묘한 차이는 있었지만 그 메커니즘을 금새 파악해 돌파했다. 다음 영법인 평영이 제일 쉬워보였다. 그런데 실제로 평영에 돌입하자 허우적거리기만 할 뿐 앞으로 나아가질 않았다. 몇 번이면 좋아지겠지… 생각했는데 매번 할 때마다 편차가 생겼고 한달이 지나도록 전혀 진전이 없었다. 뭐가 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오히려 시간이… Read More »

도어즈의 단골들

By | 2021-10-19

★J씨의 음반리뷰 도어즈에 거의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하는 J씨는 항상 반쯤 취해있는 말투였다. 항상 맥주 몇 잔으로 고사를 지내면서 오래동안 자리를 지키고 음악을 들었다. 언뜻보면 할일없는 실직자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안경에 약간 마른 체형, 항상 헝클어져있는 머리, 하지만 출근하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콤비쟈켓과 면바지에 랜드로버, 음악 잡지와 신문, CD가 들어있는 메신저백이 항상 비슷한 모습이었다. 그와 친하진 않았지만… Read More »

밥돌이 : 더 비기닝

By | 2021-10-12

내가 대학교 3학년때 과대표도 아닌데 불구하고 제주도 수학여행을 기획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기억이 안나는데 집에서 분명 졸업여행비를 받아내서 그걸로 몽땅 술을 마셔버렸다는 것. 그래서 난 수학여행비를 낼 수 없었고 여행을 기획은 했으나 가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집에선 수학여행을 가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3박 4일인가를 짐을 싸서 다른 곳에 가서 지내야 했다.  그러나 돈이 없었기에… Read More »

스위치 타자들

By | 2021-10-09

망원구락부의 탄생시기는 확실치는 않다. 어쨋든 동도중 2학년 같은반 멤버인 나-종영-쌍목-재영에 고1때 멤버인 성훈을 더하고 가끔씩 보현-채희-태식-정규 등 동네친구까지 가세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즐겼다.  축구와 농구가 기본이었고 야구와 배구가 더해졌다. 고1때 같은 반인 합정구락부의 동희가 무쇠엉덩이 등 자기동네 애들을 끌고 내려와 망원대 합정의 대결이 자주 이어졌고 특히 어쩌다 한번씩 대결하는 11:11의 축구시합은 시합 자체가 재미있어 시합벙개가… Read More »

20년전 하와이 여행의 추억

By | 2021-10-09

이사를 대비해 요즘 대대적으로 살림살이 정리를 하고 있다. 오늘은 오래 묵혀둔 벽장의 상자들을 꺼내 살펴보고 있는데 2002년 하와이여행 기록들이 있었다. 그 당시 1년에 한 번 정도는 계획된 여행을 가기로 했었는데 그 시발점이 하와이였다. 영수증을 모두 모아 매일밤 침대위에서 쓴 돈을 계산해보고 여행후 돌아와서 부문별로 씀씀이가 어느 정도였는지 정리했다. 사진의 영수증은 일자별로 종이에 붙여놓은 것. 오른쪽에… Read More »

매혹의 머천다이저

By | 2021-10-08

첫 직장인 LG홈쇼핑(현 GS홈쇼핑)때 비리폭로 문제로 회사를 소란스럽게 한 사건이 있었고 이후 벤처버블때 스타트업에 가담하고 2년도 안되어 망했던 경험때문에 세 번째 직장인 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에 입사했을 땐 그저 ‘조용히 있다 나가자’가 내 좌우명이 되었다. 새롭게 설립된 이 회사는 기존 홈쇼핑 두 회사로부터 많은 실무인력을 스카웃 해왔는데 나도 그 중 하나였다. 회사내 전직장 동료들과 대화를 나눠보아도 이… Read More »

베르나

By | 2021-10-08

2003년 12월로 접어드는 쌀쌀한 어느 일요일이었다.  마님과 나는 결혼 3년차 맞벌이 부부로 오랜만에 마주앉아 마늘을 까고 있었다. 마늘 한 접을 모두 다듬고 믹서로 갈아 냉동마늘 블럭을 만들기 위해 작업을 한창 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마늘을  양손에 쥐고 있어 그 손으로 전화기를 잡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찌나 전화벨이 집요하게 울리는지  화가나서 전화기쪽에 대고 욕설을 퍼부었다.… Read More »

By | 2021-10-07

성산국민학교 교문을 나서서 왼쪽으로 가면 작은 사거리가 나오는데 똑바로 직진하면 계단을 올라 합정동 홀트아복지회 바로옆까지 주욱 이어지는 길이 나오고 왼쪽으로 학교담장을 끼고 가면 131번이 다니는 찻길과 건너편에 영진시장이 있었다. 오른쪽길을 따라 수십미터를 가면 조그만 약국이 나오는데 약국뒤로는 살림집이 딸려있었다. 그때의 건축양식은 거의 그랬다. 문방구 뒤에도 살림집이 딸려 있어 아저씨를 불러야 미닫이 문이 열리면서 아저씨가 슬리퍼를… Read More »

신정동 웰컴냉면

By | 2021-10-06

그 당시엔 몰랐지만 작은 외삼촌네는 정말 가난했다.  우리집은 양남시장 안쪽 골목을 따라들어가다 오른쪽으로 난 또 다른 골목 중간쯤에 있었다. 골목입구에서 보면 맞은편 끝엔 철제책상을 만드는 붉은 벽돌로 된 동양강철 공장(현재는 목화예식장)이 거대하게 서 있었고 그 바로 앞을 해자처럼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지금은 복개공사가 되어 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영도중학교(지금은 자리를 옮겼다)와 당산동 성당으로 가는 길이 나왔고… Read More »

세 명의 지진아들

By | 2021-10-06

옥수동은 확실히 우리 부부에겐 전략적 요충지였다. 새로옮긴 우리집은 옥수역 부근의 아파트였다. 옥수동, 특히 옥수역 부근은 서울 지도를 펴놓고 보면 거의 정중앙에 해당되는데 언덕아래 한강가까이에 형성된 곳이라 마치 섬같이 고립된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교통이 편리해 시내 중심부까지 전철을 타고 10분이면 나갈 수 있었고 직장인 양재역에도 16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내는 삼성병원의 3교대 간호사여서 직장생활…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