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전…맞으면서 크는법..

By | 2006-10-09

A매치에 신인을 내보내는 방법

젊은 신인들을 A매치에 데뷔시키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정예멤버들 사이에 한두명 끼워서 약체들을 상대하거나 평가전시 활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렇게 내보내면 그 신인에게는 몇가지를 기대할 수 있다.  

1) 같이 플레이하는 대선배들의 격려와 보호속에 심적인 안정감을 가지고 마음껏 활개를 친다.  이 경우엔 선배들이 큰 힘이 되어준다.  ‘네가 실수해도 뒤에는 우리가 있다’라고 말해주면 진짜 아무생각없이 사고를 칠 수도 있다.  

2) 한두게임으로 자신감이 생겨 그 페이스를 한동안 지속할 수도 있다.  사실 스포츠라는 것이 자신감의 경기라는 것은 설기현만 봐도 알수가 있다.  예전 황선홍이 처음 데뷔할때도 대선배들 사이에서 깜짝 발탁되며 그 기세를 계속 끝까지 이어갔다.

뭐 이런식으로 신인들을 A매치에 내보내지 않을 거라면 승부가 이미 결정난 시합에서 후반종료 10분남짓을 남겨두고 1-2명을 연속적으로 투입한다거나 할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그 신인들의 첫 A매치는 감독이 좀 신경쓸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시합후에 그들에게 ‘자신감’이 심어져 있을지 아니면 ‘주눅’이 들어 있을지를 결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베어백의 선택 : 단것보다는 쓴것을 먼저…

어제 가나의 평가전에서 베어백감독은 기꺼이 ‘쓴약’을 처방했다.  선발전원이 어린선수들로 채워져 있을뿐 더러 김남일과 같은 분위기를 이끄는 선배도 선발진에서 빠져있었다.    그나마 제일 경험이 많은 축에 들었던 것이 이호나 차두리 정도였으니…

베어백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나 보다.  

먼저 시리아전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상황인데다가 해외파들의 체력적인 문제를 염두해두고 있어야 했고 동시에 아시안게임 대표들의 손발을 맞춰야 하다보니 한손으로 공 3개를 저글링해야하는 베어백의 입장에서는 그럴만 했다.

그러나 정예멤버들을 선발출장시켜야 하는 이유도 있었다.  지난 6월 평가전의 복수전이라는 것, 게다가 홈경기라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베어백은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그러지는 않았다.

막상 경기에 돌입해보니 당장 한국팀의 중원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6월의 평가전에서도 그랬었는데 어제 역시 중원싸움에서는 시작부터 열세였다.  그렇게 난다 긴다하는 체코, 이탈리아, 미국과의 치열한 월드컵 조별예선에서 살아남은 가나인것을 감안했을 때는 당연한 결과였다.

중원에서 밀리면 포백이 흔들린다는 것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는데 역시 전반부터 그렇게 되었다.   포지션에 연연하지 않는 가나 미드필더와 좌우윙백의 활발한 침투와 정교한 (현란하다시피한) 패스에 골키퍼와 1:1상황을 여러차례 만들어줌으로써 비록 골이 나지는 않았지만 승부가 갈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게 하였다.

가장 위험했던 것은 가나의 공격에 뚫리는 미들진과 포백이 아니라 가나의 공격을 차단한 후 역습찬스에서 패스미스와 가로채기를  통해 가나에게 재역습 찬스를 허용한 일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나마 후반에는 골을 허용하긴 했어도 젊은패기와 힘으로 가나를 밀어부치기는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3:1의 완패.  사실 2:0으로 뒤진 상황에서 김동현의 추격골이 나왔을 당시부터 잘했다면 지지는 않았을 거라고들 하지만 그 전부터 내용면에서는 가나의 미드필더진에게 농락을 당한 뒤였다.

해외파와 정예멤버들을 총동원했더라도 쉽게 상대하기가 힘들었던 가나라면 그 정도로 끝난것이 다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  

득과 실

베어백은 과감하게도(?) 어제 가나와의 평가전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것 같았다.  사실 대표팀 발등에 떨어진 불은 현재로선 없다고 할 수 있다.   크게 위험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에 베어백은 최종목표만을 염두해두고 어제의 평가전은 그냥 과정의 하나라고 처음부터 생각해버린 듯 하다.

나 역시 그런면에서는 베어백의 노선에 찬성한다.

그러나 어제의 경기를 곱씹어보면 A매치에 처음출전하는 젊은 선수들의 패기와 열정이 전반 초반부터 터져나오지 않았던 것은 조금 실망스럽다.   손발을 맞춘것도 얼마되지 않고 처음인 선수들이 여러명이 있어 정상적인 전술을 펼치기에 다소 무리가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뭔가 해보려는 의욕이 더 필요했었다. 

이점을 전반전이 끝난후 라커룸에서 베어백도 지적했으리라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눈에 익었던 선수들이 건장한 모습으로 성인 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을 보고 그들의 이름이 낯설지 않음을 느꼈을 때는 우리나라도 세대교체의 여력이 아직 충분한 것으로 판단되어 기분이 괜찮았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최근의 청소년팀-올림픽팀을 거친 젊은 선수들의 역량이 2002년 월드컵때의 대표팀보다는 기본적으로 더 좋은 자질과 체격조건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 역시 나쁘지 않다고 본다.

그렇지만 서두에서 지적했듯이 어제 처음 대표팀에 모습을 드러낸 선수들이 자신의 A매치 데뷔전을 스스로 졸전으로 생각하고 자신감을 잃게 되는 상황이 무엇보다 두려운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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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oughts on “가나전…맞으면서 크는법..

  1. 효준,효재아빠

    이날 경기를 대충 봤는데…
    많이 맞으면서 커야할 것 같더만..

    맨땅에 헤딩하면서, 얻어 터지면서 배운 것들이 젤로 오래 가는 것 같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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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emitrio

      응 맞아…. 호되게 당해야 느끼는게 있지… 그런 평가전에서는 그렇게해도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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